당그니의 일본표류기



어제, 이탈리아 기자를 한 분 만났습니다.

1979년에 일본에 처음 와서 30년간 일본과 관련된 취재를 해온 사람으로 일본에서 실질적으로 산 햇수만 15년입니다. 현 수상인 칸 나오토 씨와도 친하고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도중, 제가 금요일 일본vs덴마크전을 덴마크인들을 대상으로 취재해야될 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대뜸 일본은 축구가 그렇게 세지 않다며, 잘 하기 어려운 민족이라는 평을 내놓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묻자,

"일본인들은 길 가다가도 사람들하고 부딪히면 '스미마셍' 이러면서 미안해한다. 즉, 질서를 잘 지키고 룰을 잘 지키고 남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하는 이런 민족성이 사실 축구 같은 거친 경기에는 안 어울린다. 일본은 야구라든가 정교한 스포츠는 잘 하지만 축구는 아니다."

라고 답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축구는 룰이 있으면서도 없는 경기라서 반칙을 해도 걸리지만 않으면 그냥 그대로 진행되는 속성도 있다."며 "집단적인 경기면서도 개인적인 플레이에 상당히 의존하기 때문에 각 민족의 개인적인 스타일도 많이 적용된다"고 지론을 펼쳤습니다.

그는 오히려 "한국이 축구는 어울린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이 분은 일본은 왜 지고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얼마 전 네덜란드전에서 일본이 졌는데도 기뻐하더라. 그래서 내가 일본인 서포터 앞에 가서 '당신네들은 왜 지고도 기뻐하느냐'라고 하자, 나보고 미국인이냐고 물어보길래, 네덜란드인이라고 뻥을 쳤다. 그러면서 '승리의 기쁨은 네덜란드의 것이니까 때문에 일본은 기뻐하면 안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일본이 원래 피파랭킹 4위인 네덜란드에게 더 큰 점수차로 질 것 같았는데, 단 1점차로 졌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다라고.

그랬더니, 그는 "그래도 진 건 진 거다" 이러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여전히 한일 월드컵 때 한국에게 이탈리아가 진 것에 대해서 화나 있다고 말합니다.

"아니, 8년전 일 가지고 아직도 열받아 하나요?"

라고 묻자,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는 걸 싫어하고, 그게 축구니까."

라고 답하더군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안정환이 결승골을 넣고 소속팀에서 방출된 이유를 알겠더군요. 이탈리아 사람들의 다혈질과 축구가 어쩌면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날 만난 이탈리아 기자 피오 씨는 2002년 이야기가 나오자 자기가 평양에 가서 북한의 축구영웅 박두익을 인터뷰한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박두익은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을 8강까지 올려놓은 선수로 이때도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은 것으로 유명하죠.

아무튼, 축구란 야구와 달리 거대한 파도가 90분간 쉼없이 물결치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기이기 때문에 민족성과도 많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면에서 일본인이 특성상 가지고 있는 일본문화 내의 '상대에 대한 양보, 배려,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속성'은 축구와 어울리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야구는 격렬한 몸싸움 이런 것이 없고, 정교한 타격과 타자와 투수간의 두뇌 싸움이 더 강한 것이니기 때문에 일본에게 더 어울리는 경기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그렇다 하더라도, 공은 둥글기 때문에
내일 새벽에 있을 일본vs덴마크전은 비길지, 혹은 누가 이길지 모릅니다.

사실, 한국이 먼저 16강에 올라간 마당에 일본은 상당히 초조할 것입니다. 어제 일본 TV도 한국의 16강 소식을 상세하게 전할 만 한데, 간단하게 단신으로 처리하더군요. 다만, 한국의 응원열기만 곁들여 보도했습니다. 아마도, 일본이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만 더 띄워줬다가 자신들이 16강에 올라가지 못하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죠.

그래도, 일단은 아시아 티켓을 위해서라도 일본의 선전을 바랍니다.^^;;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저작자 표시



Posted by 당그니
일본! 이것이 다르다! l 2010/06/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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