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교토에 있을 때였습니다.
제가 교토에 있을 때는 어학연수생 신분이어서,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을 받고 나면 저녁에 아르바이트 갈 때까지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일본어 공부를 한답시고 TV를 주구장창 봅니다.
TV를 틀면 낮시간에 꼭 살인사건, 서스펜스 드라마를 많이 하는 겁니다. 그때 왜 이렇게 일본에선 살인사건을 다룬 낮 드라마가 많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녁드라마도 수사물이 많습니다만, 낮 드라마가 좀 뭐랄까 옛날 한국 수사반장 분위기나 아니면 사건25시 재연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냅니다. 그리고 전국 곳곳을 무대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구요. 일본 주부들은 저런 게 재미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로는 일본 주부들이 한류 드라마에 빠진 것도 일본 드라마가 맨 수사만 해서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아무튼, 그때 가졌던 의문도 잠시 저는 휘이휘이 도쿄로 올라온 다음 애니메이션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면서 낮시간 드라마를 볼 시간도 없어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 씨의 칼럼을 번역하다보니 그 서스펜스 드라마에 대한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건 바로 전국 각지에서 로케를 하면서 황당한 스토리의 사건과 해결과정이 그려지는데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그 배경입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각 지자체가 자기네 지역을 홍보하고자 그런 드라마를 협찬한다는 거죠. 즉, 스토리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냥 사건이 일어나서 형사가 범인을 쫒으러 지방에 내려가고 주인공들의 과거가 들어나고, 그리고 살인사건 현장을 탐방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드라마 제작팀은 전국을 로케할 협찬 비용이 생기고, 각 지자체는 드라마 배경이 되는 온천이나 명소가 또 홍보가 되고...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이 숨어 있었던 겁니다.
(이런 서스펜스 드라마에 얽힌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로)
촬영장에서 느낀 일본 추리드라마의 비밀
요즘은 바빠서 그런 드라마를 거의 보지 못합니다만, 한편으로는 그때 교토에서 20대 후반에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어정쩡한 신문으로 낮시간에 침대에 누워 TV를 보던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뭐랄까 모든 지난 시간은 아쉬움과 추억으로 점철되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제가 2001년 3월 교토를 떠나온 지 한번도 그곳을 다시 가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교토는 모든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거든요.
저는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아니면 하루 속히 취학비자에서 유학비자를 받고 싶었기 때문에 교토를 빨리 떠나고 싶었습니다만...가끔 사진으로나마 교토 풍경을 보면 참 고즈넉하고 조용한 곳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그 선생님들은 지금도 잘 계시는지, 기숙사 아저씨 아저머니도 문득 보고 싶네요.
* 일본 표류기 만화 그릴 때 그렸던 교토 기요미즈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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