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일본 여름의 꽃은 '불꽃놀이'입니다.

일본사람들은 불꽃이 하늘에서 터질 때 그 광경을 보고 '아! 여름이구나'라고 느낍니다.

일본인들은 해마다 여러가지 행사에 참석하곤 하는데, 그 중에서 대규모로 나라가 떠들썩하게 움직이는 것을 두개 꼽자면 '벚꽃놀이'와 '불꽃놀이'를 들 수 있습니다.

두가지 행사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축제이기도 해서여러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을 있어서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우선 벚꽃놀이와 불꽃놀이의 공통점.

두가지의 공통점은 우선 둘다 '꽃'이라는 말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일본어로 '벚꽃놀이'는 花見(하나미), '불꽃놀이'는 花火(하나비)라고 합니다. 일본어를 그대로 풀어보자면 '벚꽃놀이'는 꽃구경이고, 불꽃놀이는 '꽃불'입니다.
아무튼 둘다 꽃이 들어간다는 점.

두번째는 둘다 하나의 계절을 상징합니다.
벚꽃놀이는 긴 겨울이 끝나고 이제 완연한 봄이 왔다는 선언이기도 하고, 봄을 맘껏 누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시기는 일본의 각 학교에 신입생이 들어오고, 신입사원이 들어오는 시기입니다. 인생의 새로운 걸음을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려 일본인들은 연회를 벌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우에노 벚꽃놀이 현장

불꽃놀이는 푹푹 찌는 뜨거운 여름을 즐기는 하나의 축제입니다.
시원한 맥주를 사다놓고(아이스박스 필수) 머리위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을 보면서 취하는 자리입니다. 만약 이성친구가 있다면 서로 유카타라는 간이 기모노를 입고 젊은 청춘을 즐기는 그야말로 뜨거운 밤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세번째는 둘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자리다툼이 치열하다는 점입니다.
벚꽃놀이의 명소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벚꽃이 만개하는 주말에 제대로 꽃놀이를 즐기려면 미리 누군가 하루전에 가서 자리를 깔아놓고 대기하고 있어야됩니다.

불꽃놀이는 더욱 자리다툼이 치열합니다. 불꽃놀이를 하는 곳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운 여름이라도 한여름의 땡볕을 견디는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리 누군가 당번을 정해서 자리를 잡아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빌딩사이로 살짝 보이는 불꽃에 만족하거나 나무 등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펑펑 터지는 소리만 즐기다 끝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더위를 견디면서 지루하게 몇시간을 기다려야합니다.

- 도쿄완 불꽃놀이/ 한낮에도 이렇게 우산을 쓰기 기다려야한다. 오후 4시가 되면 아예 입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 당번이 되어서 자리를 맡아놓는다 하더라도 모두 4시까지는 들어와야한다.

네번째는 둘다 한순간의 절정을 맛보기 위해서 즐기는 것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벚꽃이 만개한 뒤 일주일이면 우수수 떨어져버리기 때문에 만개한 다음주에 벚꽃놀이를 하면 흥이 사라집니다.
불꽃놀이 또한 단 두시간 동안 1-2만발이 하늘로 치솟기 때문에 그때의 화려한 폭발을 보고 나면 끝입니다.

그렇다면 벚꽃놀이와 불꽃놀이의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큰 차이는 벚꽃놀이는 가까운 동네 어디서나 소규모로 즐길 수 있지만 불꽃놀이는 정해진 장소로 반드시 가야합니다. 물론 일본에서는 지역에 따라 대부분 불꽃놀이를 합니다만, 벚꽃놀이처럼 벚꽃나무가 한그루 있고 자리를 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는 단순함보다는 좀 더 신경을 써야합니다.(미리 정해진 장소로 시간에 맞춰 이동을 해야하는 등)

두번째, 결정적인 차이인데 벚꽃놀이는 대부분 공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넉넉하게 화장실을 갈 수 있지만, 불꽃놀이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간이 화장실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봅니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지라 20분 이상은 기다려야 화장실을 볼 수 있어서, 맥주를 마시고 난뒤 뒤늦게 신호가 와서 급하게 화장실을 찾았다가는 거의 혼수상태를 서서 겪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아무데서나 쌀 수도 없고- 왜냐면 불꽃놀이는 강가가 아닌 이상 정해진 공간을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2008 도쿄완 불꽃놀이때

- 좁은 공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있지만 화장실은 몇개 안되서 오래 기다려야한다. 나갈때도 최소 1시간은 걸린다.

세번째 이것은 결정적인 차이인데, 벚꽃놀이는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하더라도 집에 돌아갈 때는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꽃놀이는 한꺼번에 몇만, 몇십만명에 몰려있기 때문에 대회장 가까운 곳의 전철역은 안전문제로 폐쇄되기도 하고,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빠져나오는데만 2시간 정도 걸리기도 합니다.

즉, 집나오면 고생이라는 거죠 -_-;;

저는 벚꽃놀이와 불꽃놀이 둘다 당번이 되어서 오전부터 열심히 자리잡기 기다려본 적이 있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다 경험해보았습니다만, 한해 오래 기다려봐서 그런지 그 다음해도 하라고 하면 못하겠더군요.

그냥 혹시 지나가다가 가까운데 벚꽃이 있으면 가볍게 맥주하나 사서 살짝 마시면 되고, 불꽃놀이도 멀리서나마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곳이 있으면 살짝 눈길을 던지는 정도로 만족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역시 모든 것은 제대로 즐기려면 열정도 노력도 필요한가 봅니다.

그래도 역시 여름은 불꽃놀이?
- 그래도 직접 불꽃을 보면 멋지긴 하다 -_-;; (2008년 도쿄완 하나비 대회에서)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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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일본! 이것이 다르다! l 2009/07/3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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