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삼성투신운용 팀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1. 일본인 전체 금융자산은 얼마?
일본인들이 가진 전체 금융자산은 얼마을 얼마나 될까.
2007년말 기준으로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은 1천544조엔이다.
일본 정부 년간 예산이 83조엔(일본 재무성링크) , 일본 정부 총 부채는 GDP 1.5배수준인 800조엔에 달하므로,이 금액이 얼마나 많은 금액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1천544조엔의 개인 금융자산중 50대가 330조엔, 60대가494조엔, 70대 이후가 452조엔을 보유중이다. 즉, 이처럼 상당한 금융자산을 보유한 세대는 50대 이후의 고령세대로 한정됐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6-70년대 일본의 고속경제성장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세대가 이 세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50대 이후 세대가 전체 금융자산의 82%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을 제외하고 일본 자산운용 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세대가 퇴직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펀드 시장도 이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
2. 일본 펀드 상위 베스트 10
이 중에서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펀드는?
앞서 '일본 30대 자영업자가 소액으로 할 만한 재테크'라는 글에서 간략하게 언급했으나,
이번 포스팅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인기가 있는 이유, 그리고 이 펀드에 숨어 있는 문제를 살펴봄으로써 일본 사회의 한 면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현재 일본에서 인기 있는 펀드 상위 10개를 들라면 다음과 같다.
이 상위 10개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을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 '매월 분배형'을 들 수 있다.
위 표에서 노란색으로 칠해진 9개가 '매월 분배형(노란색)'이다.
즉, 일본 펀드 시장에서 '월 분배형'이 싹쓸이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3. '월분배형'이 뭐길래?
그런데 '월 분배형'이란 뭘까?
월분배형이라는 간단하게 말해서, 다달이 약정된 금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펀드다.
예를 들면 퇴직후 '2000만엔'의 자산을 가진 '나카무라'씨가 월 배당금 4%로 약정된 '분배형' 펀드에 가입하게 되면 배당금으로 월 8만엔 정도의 수입을 받는 것이다.
즉, 기준가 1만엔인 분배형 펀드에 가입하면 월 40엔의 배당금은 무조건 준다는 이야기다.
현재 연 8%의 고금리 행진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정기예금의 수익율에 비하면 형편없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 정기예금의 금리가...5년짜리가 0.6%인 것을 생각해보면 -_-; 꽤 높은 수익인 셈이다. 채권이라고 해봤자 0.9%다.
즉 일반적인 정기예금이나 국채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익임을 알 수 있다.
4. '글로벌 소버린 펀드'가 국민펀드가대세가 된 이유?
다시 앞서 제시한 상위 펀드 10개들이(?) 표를 보자.
1위인 '글로벌 소버린 오픈 펀드(이하 GSF)'의 순자산액수를 보면 다른 펀드에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1998년에 출시된 GSF는 출시 초기 중상위권의 판매 순위를 유지하다 지난 2002년 1위의 자리에 오른 이후 단 한번도 수위를 놓치지 않은 일본의 대표펀드로 성장했다.
GSF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이 OECD 선진국의 'AA'급 국채에주로 투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국채와 유로 국채 대한 투자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 soveriegn 소버린- 국왕, 원수의 의미지만 여기서는 정부를 뜻한다. 즉 신용도가 높은 선진국의 국채를 뜻함)
이렇게 GSF가 일본의 대표펀드로 성장한 배경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 높은 수익율을 가져오게 만든 '엔저'현상이 있다.
2000년 이후 지속된 '엔저'로 인해 해외 채권을 가지고 운용했을 때 금리차로 이득을 얻음
- 매월 지급하는 분배금 체제가 고령자 중심인 일본 투자자들에게 실제 '생활비'를 타가는 것처럼 실감을 준다는 점이다.
이 GSF의 지난 10년간 평균 수익율은 3.2%이었다고 한다.
5. GSF식 '월 분배형'의 단점은?
이렇게 마냥 좋을 것만 같은 펀드도 사실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 매달 분배금을 받는 것이 가장 인기가 있는데, 매달 분배금을 받는다는 것은 매달 가지고 있는 자산을 일괄 매각한 후, 현금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매달 지불되는 분배금에는 세금이 과해지므로 장기투자에 따른 복리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분배금을 재투자한다고 해도 매해 1회 분배에 비해 복리효과가 떨어진다.
- 운용하는 회사 보수가 비싸다는 것.
운용회사에 지급하는 보수가 수익의 1%라고 하면, 년 4-5%의 수익을 얻었을 때 수익의 20% 정도가 수수료로 빠져나간다.
- 만약 그 달 약정한 분배금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을 때는 원금을 쪼개서 지불된다는 점
- 결정적으로는 그 동안의 수익을 올렸던 시기는 엔화가 저평가된 기간과 일치한다. 즉 엔화가치가 올라가게 되면 수익율은 상당히 하락하게 되고, 그러면 투자자는 그저 자기 돈을 투신회사에 맡기고 보수를 지불하면서 다달이 쪼개서 받게 되는 셈이 된다.
즉, 자산을 더욱 키워가는 장기투자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6. 그럼에도 인기가 있는 이유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때, 그럼에도 이 월 분배형 글로벌소버린 펀드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왜 그럴까.
앞서 50대 이후 세대가 전체 금융자산의 82%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펀드 시장에서도 이들의 위력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즉 이들의 입맛에 맞는 펀드가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잠깐 노인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 젊은 세대와 다르게 연금 이외에 수입은 없다.
- 매달 생활해야될 돈이 든다는 점
- 현재를 희생해서 장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하기 보다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유지가 우선
따라서 어차피 가지고 있는 예금을 쪼개서 생활비로 쓰느니, 분배형 펀드에 넣어서 때로 원금을 까먹더라도 수익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글로벌 소버린 펀드는 이런 노인들에게 알기 쉽고 매달 수익을 받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상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판매 기관이 다른 상품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이유이기도 하다.
7. 인기 언제까지 계속 될까.
현재 전세계적으로 엔케리트레이드 자금의 청산과정에 있고, 엔고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소버린 펀드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엔저'에 있다는 것을 앞서 언급했다.
만약 지금처럼 '엔고'현상이 1-2년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수익성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고, 상당 부분 이탈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2009년부터 주식의 배당금이나 투신의 배당금 합계가 100만엔을 넘을 경우는 세율이 10%에서 20%로 올라가서 '확정신고'를 해야된다. 만약 'GSF'를 1600만엔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이에 해당하게 된다.
여러모로, 점점 글로벌소버린 펀드에게 불리해지는 형국이다.
일본 펀드시장을 살펴보면, 국민적 인기를 끄는 펀드라는 것이 사실은 대다수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노인세대들의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게 된다. 이렇게 GSF를 위시한 월분배형 펀드의 국민적 인기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사회의 한 단면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되기도 한다.
어떤 분야든 사회의 유행은 그 사회를 반영하는 가장 민감한 척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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