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는 도쿄 롯폰기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 블로그를 꾸준히 구독해오시던 한국의 모영화감독님께서 한번 만나고 싶다고 메일이 왔었는데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그 분 뿐만 아니라 같이 오신 다른 분들도 같이 만날 수 있었다. 촬영감독님, 한일커플 등등.
만사가 귀찮던 나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가게 되었는데,
의외로 모임이 즐거웠다.
결국 현재 혼자 산다는 핑계로 새벽 5시까지 3차에 이르는 대혈전을 벌인후 집에 들어가서 3시간정도 눈을 붙이고 회사에 전투하듯 출근했다.
'아 이 침침하면서 무거운 몸을 끌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은 얼마나 오랫만인가'
2.
이달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뭐 별거 없었다.
AV이야기 -_-;; 일본 생활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등
1차는 롯폰기의 모 코치집에서 마셨는데
6명이서 2시간 안되거 먹었는데 2만6천엔이 나왔다. -_-;
그런데 사실 일본에서 두명이 그럭저럭 괜찮은 술집에서 2시간 정도 먹으면 만엔은 그냥 나오니 아주 비싼 건 아니다. (그럼에도 회사 동료들에게 말했더니 비싸다고 정색을...)
그리고 2차는 숙소가 있는 신오오쿠보의 이자카야에서 가졌다.
이때부터 나는 다음날 출근을 대비해서 소주대신 칵테일로 절전모드에 들어갔다.
때마침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서, 시원한 빗줄기가 연신 거리를 적시고 있었다.
전철이 끊긴 나는 결국 3차로 여행오신 분들 숙소에게 가서 맥주로 입가심(?)한 후 첫차를 타기위해 새벽 4시 50분경 그곳을 나왔다.
3.
솔직히 요즘엔 어찌하다 까페도 운영하다보니, 블로그에 신경쓰기가 쉽지가 않다.
까페,블로그,원고,회사. 이 4중주는 연주하다보면 어느 곳 한 곳이 펑크나기 쉽상이다.
나는 그래서 요즘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뭘까를 곰곰히 고민하고 있었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다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주 초에 그분들을 만나고 나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그저 이곳에서 느끼고 판단한 것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것이지만, 그 분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라는 것을.
나는 모르지만, 누군가는 이곳에 와서 필요한 것을 얻고 가기도 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이 블로그를 통하기 전까지만 해도 만난 적이 없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해 만나고 있다는 것을.
내가 회사에서 일하고, 전철에서 책을 읽고, 늦은밤에 자고 있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자료검색을 하다보니, 누군가는 소개로, 누군가는 책을 사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 블로그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나는 자신을 밝히거나 댓글을 달지 않는 한 누가 이곳을 다녀갔는지 모른다.
그러나 댓글을 달지 않고 그저 보고만 갔다고 해서 블로그를 통한 만남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되고 인연이 되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가끔 내가 인터뷰할때 '왜 블로그를 하느냐'는 질문이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었다.
'블로그를 하게 되면 좁은 자기 생활 공간에서만으로는 만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4.
그렇다.
블로그가 때때로 힘들고 지겨워졌을 때,
그리고 이것이 짐처럼 느껴질때 가끔은 펜을 놓고 쉬어도 좋다.
그러나, 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많은 인연과 즐거운 시간, 그리고 도움받은 일들을 생각해보면 블로그는 단순히 자기기록을 떠나 세상과 만나는 거대한 무대임은 틀림 없다.
그래서,
블로그는 짧고 굵게 대박을 노리고 갈 것이 아니라
꾸준히 꾸준히, 미련하게 가야한다.
거북이처럼 미련하게 무언가를 기록하고, 발언하고, 생각한 것을 적어내려가다보면 자기 생각을 필요로 하는 나그네가 같은 길을 걸어가다 말동무가 될지도 모르고, 전혀 생각지도 않는 선물꾸러미를 받아들 수도 있다.
물론 즐거운 일은 잠깐, 묵묵히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야하는 것은 블로그가 블로그 주인장에게 내리는 형벌(?)이지만, 원래 사는 게 다 그런거 아니겠어. 귀찮고 지루한 일상을 꾸준히 살아내야하는게 지구의 두발을 딛고 사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운명이므로.
하여,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가늘고 길게, 오늘 여기 일본에서 살면서 느낀 것들을 꾸준히 기록하자고.
일단 떠들어보자고....
그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 아울러 새로 준비하는 영화작업이 잘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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