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간은
내가 내게 주는 휴가 같은 것이었다.
사실 휴가 라 해봤자...회사는 꾸준히 다니고 있었지만, 지난 3년간 했던 일을 조금 쉬는 것이었다.
그 동안 집에 와서도 쉬지 못했다
집에 와서도 원고, 원고, 원고, 주말에도 원고....
짬 나면 블로그 업데이트, 또 짬 나면 카페 업데이트...
그러다 보니, 세번째 책이 나오고 나서
마음 속은 텅 비게 되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향해 달려가지는 잘 모르게 되었다.
벚꽃이 지고 나서 심해졌다.
내 안의 그 무언가가 소진된 것 같았다.
이 때 소진된 것은 어쩌면 지난 3년간 달려온 결과이기도 했다.
그 때 문득 쉘위댄스의 배경음악이 떠올랐다.
왜 이 음악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처럼 무언가 열심히 하고 나서 일구고 난 뒤 오는 텅빈 공허감 같은 것이 밀려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집을 장만한 것도 아닌데 -_-;;)
그리고 나는 일본영화, 그리고 미국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쉬는 날이면 가족도 곁에 없겠다, 줄창 방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보았다.
역시 다른 사람 삶을 엿보는 것은 즐겁다.
거기엔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꿈, 절규가 뒤범벅되어 있었다.
그걸 보면서 한동안 깎아먹기만 하던 창작욕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맞아, 내 꿈은 원래 사람들에게 이런 세상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지'
작년에 프리랜서로 집에서 뒹굴면서 하루하루 만화 원고와 괴롭게 씨름했던 시간이 결코 쓸데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린 만큼 사람들은 그 세상을 볼 수 있었으니까.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건 뭘까.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쓰기로 했다.
그냥 느낀 것, 생각한 것.
그렇게 하루 하루 무언가를 열심히 쓰다보면 무언가가 탑이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발언하지 않는 것은 없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것과 쓰는 것은 그래서 천지 차이다.
잠시 충전을 하였으니 쓰고 또 그리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달간의 드라마와 영화탐닉은 결코 시간을 소비한 게 아니란 생각이다.
사실 누군가 책망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나 혼자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다.
가장 고역스러웠던 것은 쓰기 싫어도 쓸 때다.
그래서 전업은 위험하다 ^^;;;;
밥벌이는 정신적 노동의 질을 심하게 저하시키므로....
그래도 살아가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의 끝없는 긴장과 연애를 해야하지 않을까.
싫다고 버릴 수 없는 것 또한 연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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