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교 때 시험공부를 하면 늘 시간이 모자랐다.
밤을 새워서 공부를 하는데도 시간은 저승사자처럼 언제나 성큼 내 앞에 시험지를 들고 찾아오곤 했다.
그럴때마다 아....
몇시간만 더 있더라면,
일주일만 더 있더라면....
그렇다면 백점을 맞을 수 있을텐데.
모든 문제집을 샅샅히 외우고 뒤져서....
그러나
시간에 쫒기는 자에게
환상의 여신처럼 따듯한 손길을 내밀어 줄
그런 영원하고도 절대적인 시간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2.
상대적으로 다들 쫒기고 부족한 시간속에서 살아간다.
퍼즐처럼 어떻게 그것을 잘 배분해서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가
이것만이 유한한 시간속에서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발버둥일 뿐이다.
시간이 많으면 저 멀리 남태평양의 푸르른 섬에 가서 실컷 낮잠이라도 잘 텐데
그런데 인생이란 놈이 성질이 고약해서 시간이 많으면 돈을 주지 않고
돈이 좀 생길라치면 시간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갑자기 시간이 평소보다 늘어난 주말,
시간이 많으니 늘 출근길에 쫒기는 아침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해서 먹어야하는 게 정석이거들. 이건 아예 꼼짝 앉고 굶는다.
그래서 더욱더 시간에 쫒겨 라면이나 빵, 삶은 계란으로 끝낸다.
시간이 갑자기 늘어나면 몰아서 해야지 했던 것들은 어느새 뒤켠으로 밀려나고
그동안 자기 안에 잠자고 있던 욕망들
수면의 욕망,독서의 욕망,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멍하기 있고 싶은 욕망들이 텅빈 공간을 채우고, 자기들도 그동안 후순위로 밀려나 있었으니 이제 한 자리 차지해야겠다고 아우성이다. 새까맣게 몰려와서 그동안 이성이 스케쥴링했던 일정을 무력화시킨다.
이른바 귀차니즘의 완성이다.
그렇게 황금(?)은 주말을 무기력하게 보내고 나면, 다시 회사에 정시에 출근해서 밀린 일을 하면서도 퇴근후 잠을 쪼개서 원고를 쓰거나 블로그를 관리하거나 카페 관리에 들어간다.
시간은 어쩌면 좀체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3.
다시 말하자면
꿈을 자동으로 현실로 만들어줄
절대의 시간도 영원의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몇천개나 처먹고 환생해도 안된다.
그저 구질구질하고 진흙뻘받 같은 이런 일상속에서
누가 진주를 조금씩 알뜰하게 캐서 챙기느냐하는 문제다.
그렇다 다들 쫒기듯 바쁜 시간을 쪼개서 무언가를 하고
그것을 켜켜히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원한 시간을 붙잡으려면
자신과 영원히 싸워야한다.
시간은 곧 자신이다.
ps.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보다 20년 정도가깝게 더 살고 난후 깨달은 명제 -'영원하고도 절대적인 시간은 없다' -는 내가 적어도 헛살지는 않았다는 유력한 반증이기도 하다.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 결혼한 커플들이 그 영원한 사랑의 약속때문에 쉽게 파경을 맞듯이...
일단 '영원'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한번쯤 의심해봐야된다.
그런데 다들 그 '영원'때문에 다들 집착한단 말이지...불가능하기때문에 더더욱!
이상 잡설이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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