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
일본에 처음 놀러온 사람이 가장 인상깊게 느끼는 것은 깨끗한 거리다.

일본 거리는 왜 깨끗할까.

일본인이 유난히 청결관념이 뛰어나서일까.

일단 일본거리의 첫인상이 깨끗하게 보이는 까닭은 길가에 주차된 차량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길가에 차량이 줄지어서 빽빽하게 서 있으면 바닥에 담배꽁초 하나 떨어져 있지 않더라도,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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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도쿄 아카사카

일본 거리에는 왜 주차된 차량이 별로 없을까.
가장 큰 이유는 차고지 증명을 하지 않으면 새차 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경차 제외)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모든 도로에 차가 별로 세워져 있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힘들다. 차를 가지고 외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 일본에서 외출을 하면 반드시 무인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는 게 상식이다. 그것은 주차단속이 심하기도 하지만 일본도로가 좁아서 좁은 골목이 대충 대놓았다가는 차량 통행에 방해를 주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일본 거리가 깨끗한 이유는 좁은 도로 사정도 크게 한몫 한다.
아닌게 아니라 주택밀집지역 등 차량이 겨우 한대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길은 주차자체가 불가능하고, 도심이라고 해도 그리 도로가 넓지 않기 때문에 잠깐 정차하는 것 이외에 장기 주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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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심 중 하나인 도쿄 아카사카.

한국처럼 어디를 가든 도로가 넓다면 길가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도쿄 외곽지역에 도로가 넓거나 근교에 가면 넓은 길가에 차를 주차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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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물론 넓다고 해서 역 바로 앞 등 버스나 택시가 정류하는 곳에 차를 세우는 사람은 없다. -_-;;

2.
도로는 그렇다 치고, 인도는 어떨까.

동네는 보통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지만, 도심에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확실히 있다.
이 인도도 통행하는데 별 지장을 주지 않게 되어 있고 깔끔하다.

왜 그럴까.

크게는 두가지다.

1. 인도에 차나 노점상 등 통행에 방해되는 방해물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차가 주차되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왜? 도심이라고 해도 인도에 차량이 주차할 만큼 넓지 않은 곳도 많기 때문이다.
2. 시부야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가끔 경찰관이 순시를 돌면서 통행에 방해를 주지 말라고 하면서 해산 시킨다. 통행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다.
3. 각 지역마다 '자치회'가 있어서 정기적으로 청소를 한다.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는 롯폰기에서 퇴근길에 보면 가끔 '롯폰기를 깨끗하게 하는 모임'이라는 옷을 입고 청소를 하고 있는 중년층을 종종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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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 거리, 특히 인도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하는 것은 구의 간판 단속이다.

다음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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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운영하는 업소 앞인데, 왠만해서는 사람들이 통행하는 곳까지 간판이 나와있지를 않다. 영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욕망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좀더 눈에 띄는 곳에 간판을 놓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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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들 인도로 구분이 되어 있는 선을 넘지 않는다.
 
넘으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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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면 통행에 불편을 줄 정도가 아니지만 인도쪽으로 간판이 삐져나와있다.
며칠 전에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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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퇴근길에...바로 이런 통지서가 붙여졌다. 그리고 포개진다. -_-;;
단 몇센치라도 허용이 안된다.

한국인인 나로서는 통행에 크게 방해가 안된다고 생각해서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본에서는 규정은 규정대로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

언젠가 봤던 프로그램 중에서 '후쿠오카 포장마차 촌'을 다룬 것이 있었다.
거기서 공무원과 업주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구에서 지정한 라인으로 몇센치정도 포장마차가 튀어나왔다는 점이었다. 얼핏 보면 몇센치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들지만 구청직원은 자를 일일이 대가며 정해진 라인 안으로 집어넣어달라고 요청을 했고, 업주도 그 점에 대해서 수긍을 했다.


3.
일본거리가 깨끗한 이유가 '매일 목욕하는 일본인들이 청결관념이 유별나기 때문이라던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라'는 것 등 정신론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정리를 해보면...

도로
1. 차고지 증명제
2. 거리에 주차된 차량이 별로 없다.
3. 왜? 길이 좁아서 개구리 주차를 하더라도 통행에 방해를 준다.

인도
1. 거리에 노점상이 거의 없다.
2. 구 뿐만이 아니라 자치회에서도 정기적으로 청소를 한다.
    (특히 공원이나 수로 등은 구에서 꾸준히 관리한다)
3. 간판 및 가게 영업물에 대해 규정에 맞게 단속을 확실하게 한다.
    *통행에 방해가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4.
그런데...
이렇게 질서가 잘 지켜지는 이유가 '남을 배려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룰을 어겼을 때 당하는 불이익이 무섭기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일본 전철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면' 이란 글을 올렸는데, 일본에서 그렇게 조용한 일본인이 한국에 오면 왜 그렇게 떠드냐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혹자가 이야기했듯이 일본사회를 억누르는 무거운 공기에서 벗어나서 한결 자유롭게 떠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다. 글쓴이인 나도 일본에 있다가 한국에 가면 어떤 해방감을 느낀다.

거리 풍경도 그렇다.
한국 거리가 산만하고 조금 지저분하다고 생각되지만 어느정도 융통성이 듣는 다면 일본은 정해진 룰에 철저하게 따라야하는 압박감이 있다. 따라서 외국인들도  일본에 오면 일본인처럼 고분고분 말을 잘 듣게 된다.

결국 환경과 조건의 문제다.

역설적인 것은 이런 일본인들도 일본 내에서 '모두가 한다면 그것이 맞건 틀리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다음 사진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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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폰기 사거리. 쓰레기 투기 금지라는 팻말 앞에 쓰레기가 수북하다.

롯폰기 시내에 쓰레기 금지라고 쓰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신쥬쿠나 시부야 등 다른 부심에 가도 담배꽁초로 몸살을 앓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깨끗한 동네에서는 혼자서 쓰레기를 버리면 튀지만, 누구나 그러는 곳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않는 것이다.


5.
즉 거리의 청결 문제는 어디까지 개인을 희생하고 공공의 선을 지키게 할 것인가 하는 기준의 문제로 환원된다.  
일본에 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나도 편하고 모두도 편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편하려면 개인이 불편을 어느정도 감수해야한다.
그게 일본사회다.
딱히 룰을 정해놓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룰을 강요하는 사회가 또한 일본이다.

이런 것을 보면 일본사회를 움직이는 것이 '배려', '친철'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뒤에서 강하게 제어하고 있는 것이 '규율'과 '복종', 그리고 '눈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때때로 모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가
깨끗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인도에 주차된 차량때문에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길을 지나갈 일은 없을 테니까.  



관련최신글: 일본, 어쩔 수 없는 매뉴얼 사회?




* 히라가나 부터 기초문법, 현지회화,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까지,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어  (만화로 배우는 일본어 연재중!!)
  



 




Posted by 당그니
일본! 이것이 다르다! l 2008/03/13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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