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한달간의 꿈이 끝났다.

딸과 아내가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같이 생활했던 한달이 현실인지, 앞으로 혼자 지낼 더 많은 시간이 현실인지, 어느게 꿈인지 구분이 안간다. 너무나 현실적인 것은 오히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저녁늦게 집에 돌아와서 설겆이통에 모아둔 반찬그릇하며 밥그릇을 씻는다.
아침에 비행기 시간에 쫒겨서 성급하게 나간 흔적이다.
혼자 밥상을 차리고, 국을 끓인다.
다시 TV를 켠다.

몸이 지독하게 피곤한데도, 내일 먹을 쌀을 씻어야 한다.

운영하는 카페의 글을 몇개 읽고, 샤워를 하고, 맥주캔을 딴다.
삶에 대한 갈증은 가시지 않겠지만, 다시 찾아든 침묵은 좀 가시는 듯 하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건넌방에 이불을 깔러 간다.

어제만 해도 딸이 이불을 차고 발을 내놓고 자던 이곳은 이제 바닥에 아무것도 깔려있지 않다. 다만 차가운 타타미만 냉기를 품고 황량함을 더하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세사람에서 둘을 빼면 하나가 남아야하는데, 정작 그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제로'가 된다는 점이다.

전기담요를 콘센트에 연결하고 그나마 혼자라도 푹 잘 수 있도록 침대 안을 덥힌다.
아내가 한달간 했던 일이다.

아마도............
지난 며칠간, 아니 한달간의 생활은 오늘 밤 푹 자고 나면 모두 꿈으로 변해
내일부터는 혼자서 묵묵히 쌀밥을 씹더라도 그리 많은 상념은 필요없을 것이다.

그러게 삶은 익숙해지는 것이니까.
가끔은 이렇게 짧았지만 달콤한 꿈도 필요한 법이니까.
Posted by 당그니
일본생활 이모저모 l 2008/01/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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