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1.18.일요일


토요일 저녁 진짜 밤새 추위에 떨었다.
덮는 이불은 가지고 왔지만 까는 이불이 없다 보니 차가운 타타미 바닥에서 어찌되었든 날이 새기를 기다려야했다.

내가 간 날이 일본이 갑자기 엄청 추워진 날이었다는 것을 월요일에 알았다.

게다가 핸드폰도 인터넷도 티브이도 없으니 집에서 할 일도 없었다. 미치는 거다.

감방이 따로 없다.

일요일 아침
한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손오공(가명) 아저씨가 버스를 몰고 왔다.
어제 유학생에게서 사기로 한 짐을 날라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손오공 아저씨 딸이 채현이와 같은 나이어서 같이 온천도 가고, 캠프도 가고 절친한 사이였다. 때마침 오늘 중형급 관광버스로 가이드를 마치고 오후시간이 비어서 짐 나르는 것을 도와준다고 한 것이다. 행운!!!

같이 가서 짐을 다 싣자 대끔 하시는 말


"아니 그래, 이런 짐을 2만엔이나 주고 사셨어요? 미리 제게 이야기를 해두셨다면 후배가 하는 리사이클샵을 같이 돌았을텐데. 내가 보기에는 만엔이면 충분하구만"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까지 부탁하기에는 면목이 없다.
또 한꺼번에 다 구한다는 보장이 없다.

손오공 아저씨의 도움으로 집에 드디어 침대,책상,의자,텔레비젼을 무사히 나르게 되었다. 살림 일체 구비 완료!!

핸드폰 및 인터넷 설치를 알아보러  때문에 교회에 갔다.
여기서도 2만엔에 살림을 대부분 구했다고 했더니 다들 난리다.


리사이클샵에서 일하는 후배가 한마디 한다.

'나한테 이야기 했으면 훨씬 더 싸게 구해주었을텐데...'


이미 일본에 자리 잡고 살고 있는 사람과 당장 필요한 사람 차이다.
이미 갖추고 있는 사람들은 천천히 둘러보면서 필요한 것만 챙겨도 되겠지만 나는 당장 오늘 여러가지가 필요한 사람이다.
또 그걸 하나씩  사서 나르느니 한번에 받는 것이 낫다.


작년에 한국 들어갈 때 물건 처분하느라 애쓰던 기억이 났다.

대부분은 그냥 사람들에게 주었고, 산지 얼마 안된 에어컨과 쇼파 정도만 팔았다.

앞서 언급했지만,
작년 그때는 내게 살림이 '쓰레기'였으므로 돈보다는 빠른 처분이 우선이었다.

유목민처럼 아무것도 없이 들어와서 나는 다시
개미처럼 하나둘씩 집에 무언가를 쌓아두기 시작했다.




Posted by 당그니
일본생활 이모저모 l 2007/12/0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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