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동안 <일기>처럼 메모해 둔 것이 있었다.
다시 읽어보니 의외로 목적을 가지고 쓰는 글 보다 더 생생한 것 같다.
기록차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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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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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항
짐이 많다.
유학생은 비행기로 짐을 부치는데 30킬로까지 받아주지만,
나는 유학생이 아니니 20킬로까지만 공짜로 부쳐준다.
가져갈 짐은 많은데, 내심 걱정이었다.
다행히 25킬로짜리 하나 부친뒤 6킬로 짜리 작은 가방 하나를 더 부탁,
항공사 여직원이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그 여직원에게 행복 있으라....라-멘!!!)
이번에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 책은 메는 가방에 몰아넣었다.
짐값이 굳은 만큼 부페를 먹었다.
일인당 1만6천5백원, 아이는 만천원
맛있었다.
딸과 아내와 헤어지기 전에 함께 먹는 것이라 그런지 더 달콤했다.
(실은 아침부터 쫄쫄 굶어서...)
2.
채현이는 아침부터 신나게 차를 타고 공항까지 달려와서인지
부페를 다 먹고 철없이 ‘다음에는 어디를 가는거야’ 라고 물었다.
내가
'얌마, 이제 아빠랑 빠이빠이 하는거야!!' 라고 이야기해줬는데
이해를 하는 듯 못하는 듯한 표정이다.
얼마전 채현이를 목욕탕에서 씻기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샤워기를 틀면서 한동안 딸아이 머리를 못감겨주겠구나 란 생각을 했다.
뽀얀 수증기 위로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사라져 간다.
한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5살난 아이는 '아빠! 일본 가지마!'라고 했고,
내가 장난삼아 '아빠, 일본 가야돼'라고 이야기하면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데 막상 검색대 입구에서 '바이' 하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바이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아이다.
아마 앞으로도 엄마한테 혼나서 위로받을 사람이 필요할때만 아빠를 찾을 것이다.
아내.
난 아내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아서 오늘 공항에 오기 싫었다.
7년만에 재현되는 이 기분. 정말 최악이다.
그래도 7년전과 다른점이 있다면 와이프가 일본에서 같이 살아봤기 때문에 일본이 어떤 곳인지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할 곳도 정해져 있으니 불투명한 미래를 안고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날 검색대 입구에서 작별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결국 아내는 눈물을 글썽였다.
돌아서는 나는 생의 또 한고비를 넘어간다는 생각과 함께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발걸음을 성큼성큼 옮겼다.
검색대에서 삐이....벨이 울렸다.
가방에서 고추장,쌈장,치약 발견!!
액체는 절대 비행기 안으로 들고탈 수 없다고 한다.
딸과 아내는 이미 가버렸고, 결국 버리기로 했다.
속으로 언제 이런 걸 챙겼대.
새삼 아내의 마음 씀씀이에 놀란다.
ps> 7년전 첫번째 이별을 알고 싶으신 분은 이 만화로 ->
http://dangunee.com/115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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