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
한국에서는 최근 자질논란이 많은 영어강사때문에 떠들썩했는데 일본에서는 최대영어학습체인인 NOVA가 파산 직전에 내몰려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NOVA란 깜찍한 토끼 마스코트를 앞세워서 '역앞에서 유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일본 전국에서 인기를 끈 영어회화학원체인이다. 일본에 산 사람이라면 이 노바 광고를 안 본 사람이 없고, 또 전철역에서 노바 회화 교실이 딸린 건물을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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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를 학원에서 배우는 인원이 일본내 대략 109만명 정도라고 있다고 하는데, 그 중 40만명이 이 NOVA체인에 다닐 정도였으니 업계 1위뿐 아니라 점유율도 상당한 회사였다. 전국에 900개의 교실을 가졌던 NOVA가 경영파탄에 이르자 NOVA에서 일하는 외국인강사들이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빌려준 집에서 쫒겨나고 있고,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면서 호주나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자국 대사관에 구제를 요청하는 형편이다. 현재 노바에 등록된 원어민 강사는 4000여명.

일본내 미국대사관은 현재 미국인들에게 노바관련 주의 메일까지 보낸 상황이다.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보내온 정보메일 



2.
우선 노바의 시스템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면, NOVA는 회당 1200엔이라는 가격으로 한사람의 영어강사와 함께 3-4명정도 그룹을 지어서 1회 40분 정도 회화를 할 수 있게되는 시스템이다. 이 40분당 1200엔이라는 금액은 다른 회사의 1/3 정도 밖에 안되는 매우 저렴한 가격인데 한가지 단점은 다달이 수업료를 내는 시스템이 아니라 한꺼번에 600회분을 사야만 회당 낮은 수업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500회, 400회, 300회분량으로 끊으면 회당 수업료는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즉, NOVA에 다니려면 최하 50만엔(한화 400만원)를 먼저 지불해야하고, 가장 저렴한 1200엔짜리 수업을 받으려면 72만엔, 600회 포인트를 미리 사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3-4명정도의 학생이 한명의 외국인강사와 수업을 회화로 하는 방식으로 한명이나 두명만 수업에 빠져도 거의 1 대 1로 수업이 가능한 경우도 많아 인기를 끌었다.

 NOVA의 인기비결을 좀더 들자면, '유학가지 말고 역앞NOVA교실에서 원어민과 직접 회화를 함으로서 비용도 절감하고 영어회화도 일취월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압축한 캐치프레이즈 '역앞유학'과 업계1위라는 브랜드 가치, 그리고 깜찍한 '토끼' 마스코트를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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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앞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간판  駅前留学 NOVA <- 유학가서 비용낭비하지 말고 ,역앞에서 영어공부하라는 무언의 압박!!!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NOVA는 왜 문을 닫게 되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방만한 NOVA의 운영과 환불이 불가능한 시스템에 있었다.
 발단은 엄청난 광고와 함께 늘어나는 학생 수만큼 강사를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이에  NOVA에 실망한 학생들은 미리 지불한 수업료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NOVA측에서 환불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방침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수강료 환불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어 소송으로 번지게 되었는데, 올해 4월 최고재판소가 '특정상거래법위반'으로 NOVA에 패소판결이 내림으로써 NOVA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게다가 6월에는 '해약수속'관련해서 18건을 경제산업성이 지적함으로서 장기 신규계약을 6개월간 금지하는 업무정지 폭탄을 맞게 된다.

 이후, 새로운 회원의 수혈 없이 제대로 굴러갈리 없는 NOVA로서는 강사들 월급과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밀리게 되면서 본격적인 사회문제화가 되면서 끊임없이 기사를 양산하다가 결국 파산에 내몰려 갱생신청을 하고 말았다. 일시적으로 전국의 NOVA 교실이 폐쇄가 되기도 했다.

 한편 최근 기사에 따르면 사장의 독단적인 경영스타일도 도마에 오르고 있고, 노바 직원들 모르게 노바 관련 주식을 처분해 도덕성까지 의심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NOVA로 인해서 발생한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 NOVA에서 장기계약하고 수업료를 미리 지급한 수강생들의 대부분은 90프로 이상 수업료를 못받을 확률이 크다. 이 전체 금액이 무려 400엑엔이나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 영어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부하려고 했던 이들에게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글쓴이의 일본인 친구도 현재 NOVA에 5-60만엔 정도 묶여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NOVA 이외의 다른 영어학원은 금액이 3배나 비싸, 선뜻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힘들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는 NHK 영어강좌에 만족해야할 판이라고 했다.
 또한 회사 상사의 고교생 아들도 NOVA를 일년치 이상 끊어서 열심히 회화 연습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꽤 손실을 볼 것 같다.

 두번째는 밀린 영어강사들의 급료 문제다. 회사가 다른데에 인수되어 회생하더라도 우선 강사들의 급료를 먼저 갚는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하나, 문제는 적자투성이인 NOVA를 선뜻 구매하려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영어강사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자국 정부의 구제 및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편 마련 등을 읊소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lesson for food'라는 명칭으로 수업료를 식사로 대신하는 수업까지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노바는 회사갱생법을 신청하여 지원기업을 기다리고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스폰서 기업이 재건지원을 한다하더라도 교실의 절반정도를 흡수하고 나머지는 폐쇄하거나, 학생들의 선불수업료도 일정부분만 받아들이는 상황이 될 것 같다.

3.
일본에서도 영어회화는 단연 인기다.
영어권 외국인은 영어라는 모국어 덕택에 굳이 일본어를 배우지 않아도 일본에 정착하는데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업계1위를 달리던 NOVA의 도산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일본내 영어강사들을 보자니 안타깝기도 하면서 세상에 쉽게 버는 돈 같은 것은 없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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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의 상징은 토끼 인형을 쓰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일본내 외국인강사들 <출처: 마이니치신문>

최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바의 토끼 인형을 쓰고 나온 한 미국인 강사는 '이 토끼가 일본에 있는 강사, 학생들에게 분노와 실망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왜 여전히 일본에 남으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외국인 강사들은 '귀국할 비행기삯이 없다. 일본을 사랑하고 있고, 싫은 추억을 가진채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다'라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귀국할 비행기 삯도 없는 형편은 이해가 안가지만 누구나 외국까지 와서 쫒겨나듯이 싫은 추억을 가지고 떠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한가지, NOVA가 파산한다고 해서 다른 영어회화 경쟁업체에 갑자기 사람이 몰릴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 수업료가 노바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디플레이션 일본'에서 저렴한 가격의 영어학원에 인기가 몰렸던 한 시대의 풍경이 저물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형편)

 아울러, 일본의 NOVA사건을 보면서, 한국은 정말 더할나위 없는 영어강사들의 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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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그니
일본은 최근 이슈는?/사회 l 2007/11/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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