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가 개인 언론 매체라고도 하고, 혹은 자기 일상을 적는 일기장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나는 블로그와 연애하지 못했다.
나는 실은 방문자와 연애를 한 것이다.
그래서 방문자가 떨어질때쯤이면, 급하게 꽃이라도 한다발 어딘가 구해와서 바치는 청년처럼
서둘러 올리기 바빴고, 잠을 줄였다.
최근에 만화 연재를 쉰다고 공지를 하고, (실은 물밑에서 작업중 -_-)
지난주에 조금 뜸하게 글을 올리니 방문자수가 반토막이 났는데,
며칠간은 카운터 주는 것에 금단현상을 끊지 못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냅두니까, 오히려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방문자수와 연애를 하면,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은 노동이 된다.
그것에 연연하지 않을 수야 없지만, 블로그란 그야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른이와 공유하는 것 아닌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으면 안 쓰면 되는 것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면 왕창 써제끼면 된다.
한때 하루는 일본어 강의, 하루는 만화, 하루는 에세이, 오늘은 딸래미 이야기 등등...
날이 가면서 해야될 분량은 늘고, 생활은 엉망이 되고, 이건 연애가 아니었다.
연애란게 꼭 이성에 대해 느끼는 달꼼쌉싸르한 감정만 있는 건 아니다.
사랑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거부를 당했을때,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했을때
나란 자아가 세상에게 박수받지 못했을때, 느끼는 절망감은
그녀에게서 외면당한 한겨울의 칼바람맛과 비슷하다.
나는 어쩌면 방문자수가 줄어들까봐, 그런 것에 집착했는지 모른다.
집착은 결국 본인을 피폐하게 만든다.
진짜 강한 사람은 부드럽다.
진짜 블로그와 연애하는 것은 자기를 피폐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냥 쉽게, 편하게, 커피한잔 뽑고, 사람 불러서 복도에서 담배 나눠피듯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앞으로 그렇게 블로그와 연애해야겠다.
너무 거창하게 나가지도 말고, 너무 어렵게 이야기 하지도 말고....
그것은 곧 이곳에 놀러오는 분들과의 연애이기도 하지만,
나와의 연애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세상은 또 흘러가니까.
'블로그속 블로그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글은 키보드가 쓴다. (11) | 2006/09/16 |
|---|---|
| 블로그와 연애하는 법 (11) | 2006/08/01 |
| 이 블로그는? (3) | 2006/07/23 |
| 어라 100만 넘었네 -_- (15) | 2006/07/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