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


올해 일본 최고의 화제인물(?)









전철남(電車男)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 화제(?) 이야기.


 일본어로 덴샤오또꼬. (덴샤:전철, 오또코: 남자)


 이 말을 그냥 한국어로 전철남이라고 하면 무슨 진짜 남자 이름 같다.


 한국어로는 '전'씨도 있겠다, '철남'하면 그리 이상하지도 않은 이름 아닌가.


 


 그래서는 나는 일본어 그대로 '덴샤오또꼬'로 부르기로 한다.


 








▲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그대로 묶어서 책으로 냈다. 이번세기 최강의 순애보 탄생이라는 거창한 설명이 달려있다. 회사사람들이 게시판 글을 수정도 안하고 그대로 카피해서 내는건 너무 심하지 않냐고.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이십몇년간 연애 경력 없이 자기 세계에만 빠져살던 오타쿠가 전철에서 봉변을 당하던 여인을, 용기를 내서 도와줌으로써, 그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게 왜 일본에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느냐


 바로, 이 덴샤오또코가 자기가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부터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걸 인터넷에서 본 사람들이 엄청난 응원과 댓글로 그를 지지,지원했기 때문이다.


 '電車男、がんばれっ!’(덴샤오또코 기운을 내라!!)


 이 이야기는 즉각 반향을 일으켜서, 책으로까지 묶여져 나왔고, 급기야 영화로도 제작, 현재는 드라마로 순항중이다.


 


 즉 이야기는 단순한데 그 뒤에 열광한 네티즌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네티즌도 덴샤오또코처럼 오타쿠라는 것.


 


 덴샤오또꼬가 좌절할때 그들이 던진 한마디


 


 "덴샤오또코 오마에와 오레라노 키보오난다!!"


 (전철남! 너는 우리들의 희망이란 말이야. - 이 개자식아 <- 이 말이 생략되어 있었을 듯, 오타쿠들이 열망한 정도를 알려는 척도임.)


 


 


2.








▲ '역도산의 나카타니 미키'가 영화에서 에르메스 역을 분장했다.


 어제 그 화제(?)의 영화를 보았다.


  순애보였다.


  겨울연가처럼,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외치다처럼.


  덴샤오또꼬도 에르메스(상대 여인)를 향해 돌진한다.


  그가 그녀를 기다리던 때도 비가 왔고,


  그녀가 컴퓨터를 산다고 하자,


  그는 아키하바라 상점을 다 돌아다녀서, 일일이 각종 사양의 컴퓨터에 대한 설명및 자료를 포스트잇으로 붙여주었다. 열정의 결정체라고 해야하나. 우여곡절 끝에, 그는 좌절도 하지만 다시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그녀에게 달려간다.


  넷상에서 응원 메세지는 더할나위 없는 힘이 된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영화다.


 


  그런데,


  정작 논란이 이는 것은 다른 곳에서다.과연 이 이야기가 진짜냐는 것이다. 회사 일본사람들과 며칠째 붙들고 토론해보니, 반반이었다.


  자작극이다. 낚시질에 걸려든거다. 그런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거 해서 그 사람 10억엔 벌었다더라. 등등


  그런데 한가지 모아지는 것은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이야기가 하나쯤 있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3.  


여기서 소좌(?) 한마디 걸고 넘어가려 한다.


     








▲ 덴샤오또꼬가 비까지 맞아가면 전해준 컴퓨터 팜플렛, 각 기종별로 덴샤오또꼬가 덧붙인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 그래..알았쓰. 순애보 맞아.


물론 드디어 자본주의가 상업적으로 연애를 이용한 전략이 순애보였고, 그 대상이 이제 오타쿠까지 악마(?)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는 분석에 동의한다. 그런 거 말고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건 따로 있다.


  


   과연 한번도 연애 경험이 없는 덴샤오또꼬가,  네티즌들의 응원에 힘 입어 그렇게 쉽게 연애에 성공할 수 있는가 이다.


 


   내 경험으로는 아니다.



   연애란? 경험치에 따라서 어느 선이 되면 넘을 수 없는 벽 같은게 매 단계마다 나타난다. 무슨 스트리트 파이터도 아니고, 한국어 능력시험 레벨테스트(?)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만이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란게 있다. 이걸 몇마디 응원이나 데이트 코스, 데이트 전략등 자료제공으로 넘을 수 있단 말인가.


 


   다시 연애란? 한편으로는 인간관계의 성숙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자신이 얼마만큼 상대방을 이해하고 있느냐. 여자나 남자가 별건가. 오래 만나고 사귀다 보면 국적이니, 학력이니, 미모니 이런 거품이 꺼지고 그 자리에는 온전히 벌거벗은 한 사람의 인간이 있다. 결국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런 연애를 쉽게 헤쳐나가기는 쉽지 않다. 


    


   내가 자작극이라고 의심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차피 그런 이야기가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나도 동의한다. 왜? 재밌잖아. 게임이 재미있고, 만화나 영화가 재미있듯이. 버추얼 세계지 않은가.


 


   그렇지만, 연애란 무슨 프로야구 중계하듯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하는게 아니다. 설령 그렇다 쳐도, 결국 무거운 돌을 옮겨야하는 것은 자기 자신인 것이다. 내가 끝내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이거다. 무수한 사람과 만나면서 결국 돌아오는 자리는 자기의 내면이듯, 연애는 획득이 아니라 자기 성찰이라는 것을. 혹은 상대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다.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 또한 돌산을 오르는 것처럼 거칠고 험난하다는 것이다. 키보드 앞에서, 모니터 저편에서 있는 3디의 환상적인 그림 같은 세계가 아니라는 것 하나 쯤만 말해두고 싶다.


 


 


4.


  그런데, 어제 울회사 피디 아저씨랑 이야기 나누면서 나는 또 한번 뒤집어졌다.


 


  '시마상 덴샤오또꼬 그거 어떻게 생각해요?'


  '아 그거? 요즘에는 덴샤오또코 타입이 인기라네. 여자들이 그렇게 말도 제대로 못하고 순박한 오타쿠가 좋아하는 타입으로 유행이래'



   환장하네!!


 


   대중문화는 동시대 대중의 열망을, 가장 가려운 부분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뭐 나쁠건 없다. 그렇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또 한번 불었다가 사라지는 바람이려니.


 


                                                    ⓒ 당그니


 


cf. 오타쿠란?


 お宅(おたく)여기서 '오'는 그냥 경어체에서 붙는 높임의 뜻의 접두사이고 실제 의미로는 집을 뜻하는 댁(타쿠), 원래는 상대방에 대한 가벼운 경칭이기도 한 [오타쿠]란 단어는 정보 교환의 필요성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과 만날 일이 잦은 사람들에게는 무척 편리한 단어였는데, 이게 점점 집에 쳐박혀서(?) 만화,애니 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몰두하는 사람으로 와전됩니다.


 오타쿠가 꼭 만화,애니메이션만 따지는건 아니구요. 어떤 특정분야를 깊이있게 파고, 자가기 관심있는 분야의 지식을 전문가이상 알고, 몰두하는 타입의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매니아를 넘어서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 덴샤오또꼬의 방. 각종 프라모델과 피규어가 벽에 가득하다. 오타쿠의 특징을 나타내는 하나의 장치로 기능한다.


이 오타쿠들의 존재가 일본 애니,만화,코스튬플레이어,게임 등 거대한 시장을 뒷받침해주고, 일본 문화시장의 든든한 디딤돌이 됨과 동시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세계에 빠져있는 사람으로 안좋은 인식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오타쿠집단이 주축이 되어서 만든 스튜디오로 대표적인 에반게리온을 만든 '가이낙스'가 있고, 만화시장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동인지들도 다 이 오타쿠 집단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위에 언급한 오타쿠란 그런 왠만한 애니메이션 계보 및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타입등 각종 잡다한 지식을 다 가지고 있는 아해(?)들을 말합니다 ㅎㅎ.


 


관련글: 미야자키 하야오와 로리콘 http://blog.ohmynews.com/dangunee/Home.asp?Artid=1592


 




Posted by 당그니
인생의 갈림길에서/감상 노트 l 2005/09/0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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